열일곱 살 고양이와 살면서 가장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은 체중계 바늘이 왼쪽으로 기울 때입니다.
나이 들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도, 매주 재는 몸무게가 100g, 200g씩 계속 줄어들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늙어서 그런 건지, 몸 어딘가가 아파서 마르는 건지 처음엔 구별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무작정 데려가기 전에 집에서 살펴봤던 것들을 정리해봤어요.

1. 등뼈와 갈비뼈 촉감 확인
고양이는 털에 덮여 있어서 눈으로만 보면 살이 빠졌는지 알아채기 어려워요. 나이 들면 털이 푸석해져서 착시 현상도 생기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쓰다듬을 때 손끝 감각에 집중합니다. 예전엔 등을 쓰다듬으면 살집 너머로 척추 뼈가 은근하게 느껴졌는데, 체중이 줄기 시작하면서 마디마디가 뾰족하게 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갈비뼈도 마찬가지예요. 양손으로 옆구리를 가볍게 감싸 쥐었을 때 빨래판처럼 뼈 윤곽이 너무 뚜렷하게 만져진다면 근육과 지방이 많이 빠졌다는 신호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허리 라인이 쏙 들어가 있는 것도 보여요.
2. 식사량과 식습관 변화
살이 빠지면 밥을 안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노령묘는 잘 먹는데도 마르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 고양이가 그랬어요. 어느 날부터 사료 그릇을 더 깨끗이 비우고 밥을 달라고 자주 우는데도 몸무게는 계속 줄었거든요. 처음엔 입맛이 돌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갑상샘 문제로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빨라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습니다.
반대로 사료를 씹다가 뱉거나 밥그릇 앞에서 냄새만 맡고 돌아서는 행동은 구강 통증이나 치주염 쪽을 봐야 해요. 노령묘는 잇몸이 약해져서 배가 고파도 딱딱한 건사료를 못 씹어 굶다시피 하며 마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3. 음수량과 소변 덩어리 크기
화장실 청소할 때 감자 크기와 개수를 확인하는 건 노령묘 건강 체크의 기본이에요.
체중이 줄면서 동시에 물 마시는 횟수가 늘었는지 꼭 봐야 합니다. 물그릇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소변 덩어리가 주먹만 했던 게 사람 머리 크기만큼 커졌거나 개수가 늘었다면 신장 기능 문제일 수 있어요.
노령묘에게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가 신부전인데, 신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소변량이 늘고 몸속 단백질과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급격하게 마르게 됩니다. 사료를 평소대로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물을 많이 마신다면 화장실 모래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4. 활동량과 수면 자세 변화
나이 들면 잠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근데 무기력함과 체중 감소가 동시에 올 때는 통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살이 빠지면서 다리를 조금 절거나, 평소에 가뿐하게 올라가던 침대를 망설이다 포기하는 모습이 보이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해요. 관절이 아프면 움직임이 줄고, 뒷다리 근육이 먼저 빠지면서 전체 체중 감소로 이어지거든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게 아니라, 식빵 자세로 웅크린 채 눈만 껌벅이며 밤을 지새운다면 어딘가 만성적인 불편함이 있다는 뜻이에요.
노령묘 체중 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주기적인 기록이에요. 집사가 고양이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가 잰 뒤 집사 몸무게를 빼는 방식으로 일지에 적어두면 좋아요.
4kg 고양이에게 200g 감소는 사람으로 치면 몇 킬로그램이 빠진 것과 같은 큰 변화거든요. 집에서 관찰한 식사량, 음수량, 변 상태, 신체 촉감 변화를 꼼꼼히 메모해두었다가 정기 검진 때 수의사한테 보여주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