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던 날, 생각보다 너무 수척해진 모습에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수액 맞고 기운 차렸다곤 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탈수 오면 진짜 위험하다는 수의사 선생님 말씀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입원까지 했던 아이라 작은 징후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원 후 열흘 동안 제가 집에서 신경 썼던 부분들을 기록해 둡니다.

1. 물그릇 개수부터 늘렸습니다
병원에선 음수량을 정확히 측정해줬는데, 집에 오니 확인이 어렵더라고요.
일단 거실, 안방, 녀석이 주로 쉬는 구석 자리까지 물그릇을 총 4개 배치했습니다.
처음엔 낯설어서인지 쳐다도 안 보길래, 그릇마다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해봤어요. 고개를 숙여야 하는 낮은 그릇보다 코 높이에 맞는 그릇에서 더 잘 마시는 걸 확인했고, 결국 컵 형태 물그릇 여러 개를 집 곳곳에 두는 방식으로 정착했습니다.
정수기 물보다 일반 컵에 담긴 물을 더 자주 마시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2. 사료를 조금씩 습식으로 바꿨습니다
평소엔 건사료를 잘 먹었는데, 탈수 예방을 위해선 수분 섭취가 우선이었습니다.
갑자기 바꾸면 소화기 부담이 올 수 있어서, 처음엔 건사료에 습식을 티스푼 반 스푼 정도만 섞었어요.
여기에 미지근한 물을 살짝 더해서 죽처럼 만들어 줬는데, 물 온도가 중요했습니다. 너무 차가우면 안 먹으려 해서 사람 체온 정도로 맞춰주니 반응이 훨씬 좋았어요.
이렇게 조금씩 습식 비중을 높이다 보니 거부감 없이 넘어갔고, 대변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습니다. 수분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는 걸 직접 체감했어요.
3. 화장실은 다녀올 때마다 바로 치웠습니다
수액 맞고 온 고양이는 소변량이 평소보다 늘어납니다. 그런데 화장실이 조금만 지저분해도 본능적으로 참으려 하거든요.
예전엔 퇴근하고 한 번 치우던 걸, 이제는 녀석이 다녀올 때마다 바로 처리했습니다.
소변 크기랑 횟수가 그날 음수량을 확인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더라고요. 하루 3회 이상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체크하면서, 줄어드는 날은 습식 비중을 높이거나 물을 조금 더 먹였습니다.
화장실 청소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건강 체크라는 걸 그때 제대로 느꼈습니다.
4. 잇몸이랑 활동량을 매일 확인했습니다
탈수 증상은 생각보다 겉으로 잘 안 드러나요. 멀쩡해 보이다가 다음 날 축 처져 있는 게 고양이거든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잇몸을 살짝 눌러봤습니다. 끈적거리거나 창백하면 탈수 신호거든요.
움직이는 동선이 줄었는지, 장난감에 반응하는 속도가 어떤지도 매일 체크했어요. 퇴원 직후엔 캣타워에서 내려오질 않더니, 며칠 뒤부터 거실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그게 회복 신호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잘 먹고 잘 마시는 것만큼, 스스로 움직이려는 의지가 중요하더라고요.
5. 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했습니다
퇴원 후 3일은 정말 긴장하면서 지냈습니다.
사료를 이틀 이상 거부하거나 목덜미 탄력이 떨어지면 미련 없이 다시 병원에 가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조금씩 기운을 차렸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관리'이고 치료는 병원 몫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탈수를 한 번 겪고 나니 저도 훨씬 예민하게 챙기게 됐어요. 지금도 퇴근하면 물그릇 수위 확인이 제일 먼저입니다.
큰 병치레 없이 평소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게, 다시 입원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