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손가락이고 소파 모서리고 닥치는 대로 씹어대는 시기가 옵니다. 장난기가 늘었나 싶지만, 사실 이갈이가 시작됐다는 신호예요. 이갈이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지나가지만, 보호자가 놓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잔존 유치처럼 방치하면 병원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생기거든요.
시기와 증상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병원을 가야 하는 기준, 그리고 이 시기를 활용하는 법까지 순서대로 풀어봤어요.

고양이 이갈이, 몇 개월부터 시작될까
이갈이는 보통 생후 3~4개월에 시작됩니다. 유치(젖니)가 흔들리면서 빠지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 영구치가 밀고 올라오는 과정이에요. 전체 교체는 생후 6~7개월을 전후해 마무리되고, 완성된 성묘는 총 30개의 영구치를 갖게 됩니다.
태어날 때 갖고 있던 유치는 26개예요. 이갈이를 거치면서 어금니가 추가로 생기면서 4개가 더 많아지는 거죠. 앞니부터 시작해 어금니 순으로 교체가 진행되는데, 특히 송곳니는 유치와 영구치가 잠깐 나란히 나는 시기가 있습니다. 고양이 입 안을 들여다봤을 때 송곳니가 두 쌍처럼 보인다면, 이갈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뜻이에요.
이갈이 중인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변화들
잇몸이 간질거리고 예민해지는 시기라 행동과 외형 모두에 변화가 생깁니다. 갑자기 이상해진 게 아니라 신체적 이유가 있는 거예요.
- 깨물기 행동 증가: 장난감, 손가락, 가구 할 것 없이 더 자주 씹으려 합니다. 잇몸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에요.
- 입냄새 심해짐: 유치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구취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 잇몸 붓기·발적: 새 치아가 올라오는 부위 잇몸이 붉어 보이거나 살짝 부어 보이는 건 정상이에요.
- 사료 먹는 속도 느려짐: 잇몸이 예민한 시기라 씹는 게 불편합니다. 사료를 남기거나 평소보다 천천히 먹는다면 이갈이 탓일 가능성이 높아요.
- 침 흘림: 평소보다 침이 약간 많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증상들은 이갈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다만 깨물기가 너무 심해 사람에게 상처를 낸다면 씹을 수 있는 장난감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주세요. 고양이가 잇몸 욕구를 엉뚱한 곳이 아닌 장난감에서 해소하게 유도하는 거예요.
유치가 빠질 때 피가 나도 괜찮을까
유치가 빠지면서 잇몸에서 소량의 피가 나는 건 정상입니다. 금방 멈추고 특별한 처치도 필요 없어요. 식기나 장난감에 피가 살짝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다면, 오히려 이갈이가 잘 진행 중이라는 신호라고 보면 됩니다.
유치를 그냥 삼켜버리는 경우도 꽤 있어요. 당황스럽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치는 소화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요. 고양이가 평소처럼 밥을 잘 먹고 활동한다면 그냥 두면 됩니다.
피가 멈추지 않거나 양이 많을 때 / 잇몸이 심하게 부어 있을 때 / 고양이가 밥을 거부하거나 앞발로 입을 계속 긁을 때 —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단순 이갈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잔존 유치 — 9개월이 지나도 빠지지 않으면
이갈이가 마무리될 시기를 지나도 유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를 잔존 유치라고 합니다. 생후 9개월이 지나도 유치가 남아 있다면 동물병원에서 확인을 받아야 해요.
잔존 유치는 특히 송곳니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유치와 영구치가 나란히 붙어 있는 상태가 계속되면 치아 배열이 틀어질 수 있고, 두 치아 사이 좁은 틈에 음식 찌꺼기와 치석이 쌓이면서 잇몸 질환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방치할수록 나중에 처치가 복잡해집니다.
병원에서는 상태에 따라 유치 발치를 권고합니다. 중성화 수술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 함께 처치하는 사례도 많으니, 담당 수의사와 상담해 보세요.
이갈이 시기가 양치 교육의 골든타임인 이유
성묘가 된 뒤에 갑자기 칫솔을 들이밀면 대부분의 고양이는 극렬하게 거부합니다. 그런데 이갈이 시기는 이야기가 달라요. 잇몸이 간질거리는 느낌 때문에 입 주변 자극에 비교적 덜 예민하고, 뭔가 닿는 느낌을 오히려 편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시기를 활용해 양치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훨씬 수월합니다. 처음부터 칫솔을 쓸 필요는 없어요. 손가락에 거즈를 감아서 잇몸을 살살 닦아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익숙해지면 핑거 칫솔, 그다음에 전용 칫솔로 단계를 올리면 됩니다.
치주 질환은 성묘에서 매우 흔한 질병이에요. 양치 습관 없이 지내면 3세만 지나도 치석이 눈에 띄게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갈이 시기는 딱 한 번뿐이에요. 지나가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 타이밍이라는 걸 기억해 두세요.
이 시기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것들
이갈이는 대부분 별다른 개입 없이 지나가지만, 조금만 신경 써주면 고양이가 훨씬 편하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 씹을 수 있는 장난감 마련: 잇몸 자극을 해소할 수 있는 고무나 패브릭 소재 장난감이 도움됩니다. 너무 딱딱한 재질은 오히려 잇몸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 사료 선택 조정: 잇몸이 예민할 때는 건식 사료를 살짝 물에 불려주거나 습식 사료를 섞어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 입 안 주기적으로 확인: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입 안을 들여다보면서 잔존 유치는 없는지, 잇몸 색은 괜찮은지 살펴주세요.
- 양치 교육 시작: 치아 관리의 필요성은 평생 계속됩니다.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예요.
이갈이는 생후 3~4개월 시작 → 6~7개월 완료 → 영구치 30개 완성. 유치 삼킴·소량 출혈은 정상. 생후 9개월 이후에도 유치가 남아 있으면 잔존 유치로 병원 확인 필요. 이갈이 시기가 양치 교육 시작의 최적 타이밍입니다.

이갈이는 한 번뿐인 성장 과정이에요. 대부분 잘 지나가지만, 잔존 유치와 구강 위생은 지금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기 전에 양치 교육도 슬슬 시작해 보세요.
위생 관리 루틴을 처음 잡고 계신다면 고양이 집에서 목욕시키는 법도 함께 참고해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