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는 원래 물을 잘 안 마십니다.
곳곳에 물그릇을 놓고 위치도 바꿔봤는데, 온종일 지켜봐도 물그릇 앞에 앉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어요. 처음엔 고양이가 다 그렇다고 들어서 넘겼는데, 노령묘가 되고 나서부터는 빈 물그릇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소변 감자 크기가 줄고, 대변이 예전보다 딱딱해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뭔가 바꿔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습식사료에 물을 조금씩 섞어주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엔 욕심을 부렸다가 실패했습니다
첫 시도는 완전히 망했어요.
어차피 물을 안 마시니 밥에 탈 때 많이 먹이자 싶어서, 습식 캔 하나에 물을 꽤 흥건하게 부었습니다. 고양이는 냄새를 슥 맡더니 찡그린 표정으로 뒤걸음질을 쳤어요.
평소 자다가도 눈 번쩍 뜨던 최애 캔인데도 그랬습니다. 사람도 좋아하는 찌개에 물 한 바가지 부어주면 숟가락 놓는 것처럼,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던 거죠. 집사 욕심이 식사 시간을 망쳤습니다.
티 안 나게 조금씩 섞었더니 화장실이 달라졌습니다
전략을 바꿨어요. 눈에 거의 안 보일 만큼 미지근한 물을 한두 숟갈만 섞었습니다.
고양이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군말 없이 그릇을 비웠어요. 거부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하면서 아주 천천히 양을 늘려갔습니다.
일주일쯤 지나니 화장실에서 변화가 왔어요. 소변 덩어리가 묵직해졌고, 늘 토끼똥처럼 딱딱하게 끊겨 나오던 대변이 촉촉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변 볼 때마다 앵 소리를 내던 불편한 기색도 줄었고요.
수분이 조금 늘었을 뿐인데, 몸이 정직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중요한 건 양보다 농도였습니다
몇 주 반복하면서 깨달은 건, 무조건 많이 먹이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알아차리지 못할 농도를 찾는 게 핵심이라는 거였어요.
너무 묽으면 국물만 핥고 건더기를 남깁니다. 너무 되직하면 수분 보충의 의미가 없고요.
우리 집 고양이는 주르륵 흐르는 스프는 질색했고, 사료 질감은 유지되면서 살짝 걸쭉해지는 정도를 제일 잘 먹었어요. 찬물을 섞으면 냄새가 죽어서 입도 안 대고, 미지근하게 데운 물을 조금씩 넣어야 잘 먹었습니다.
지금은 캔을 따면 체온 정도로 데운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농도를 맞추는 게 일과가 됐어요.
밥 먹는 속도도 달라졌습니다
의외의 변화도 있었어요.
원래 와다다 먹어치우고 자리를 뜨다가 구토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물을 섞어주고 나서는 찹찹 소리 내며 천천히 먹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노령묘는 잇몸이 약해져서 퍽퍽한 사료를 삼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겠더라고요. 부드러워진 사료를 편안하게 먹는 뒷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뭉클해집니다.
매일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똑같은 농도로 줘도 두 입 먹고 홱 돌아서기도 해요.
습식에 물 섞는 게 수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냥 조금 더 편하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거예요.
예전엔 오늘 물을 얼마나 마셨나에만 집착했는데, 지금은 화장실을 몇 번 가는지, 대변 상태는 어떤지, 밥 먹고 난 뒤 편안해 보이는지 같은 것들을 크게 보려고 합니다.
말 못 하는 노령묘와 사는 건, 대단한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를 오래 관찰하면서 녀석 속도에 맞춰가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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