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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새벽마다 우는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by 열일곱 살 고양이 2026. 5. 24.

얼마 전부터 고양이가 새벽마다 울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엔 참 조용한 아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꼭 새벽 4시만 되면 방문 앞에서 길게 울어댔어요.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매일 반복되니 사람 마음이 초조해지더라고요.

잠결에 일어나 사료를 조금 더 채워주면 잠깐 조용해져서, 처음엔 그냥 배가 고파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버릇이 잘못 든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습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울 때마다 일어나서 사료를 줬으니, 고양이 입장에선 "새벽에 울면 집사가 먹을 거 준다"고 학습한 거 아닐까 싶었거든요.

검색해 봐도 새벽 울음은 철저히 무시해야 고쳐진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며칠 동안 이불 뒤집어쓰고 못 들은 척해봤어요.

그런데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투정 부리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톤이 훨씬 길고 처량했고, 어떤 날은 집 안을 갈팡질팡 돌아다니며 방향을 잃은 것처럼 울었어요.

참다못해 불을 켜고 나가보면 캄캄한 거실 한복판에 멍하니 서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쓰다듬어 주면 그제야 골골송을 부르며 조용해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노령묘가 되면서 달라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녀석도 어느덧 나이가 꽤 들었더라고요.

낮에는 예전보다 훨씬 오래 잠을 자고, 밤이 되면 오히려 눈이 똘망똘망해졌습니다. 좋아하던 깃털 장난감에도 예전만큼 반응하지 않고, 가끔 화장실 위치를 헷갈려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동안 나이 들어 얌전해졌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새벽 울음도 그 변화 중 하나였던 거였습니다.

시력이랑 청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이 갑자기 캄캄해지고 고요해지면 불안감이 커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녀석은 항상 불 꺼진 복도 구석 쪽에서 가장 자주 울었습니다.


물그릇 위치와 작은 조명을 바꿔봤습니다

거창한 변화 대신 동선에 맞춘 작은 것들부터 바꿔봤어요.

주방에만 있던 물그릇을 밤에 주로 서성거리는 복도 쪽에 하나 더 놓았고, 거실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도록 은은한 취침등을 하나 켜뒀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 왔어요. 새벽에 어슬렁거리다가도 불빛 아래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제 자리로 돌아가 식빵 굽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집 안을 뱅뱅 돌며 우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어요.

밥그릇도 탁 트인 곳 대신 벽 구석 쪽으로 옮겼더니 밥 먹을 때 덜 두리번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은 소리를 높인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 넘게 새벽마다 잠을 설치다 보니 저도 예민해졌어요.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 3시, 4시에 깨는 게 반복되니까요.

한 번은 이불을 걷어차고 나가서 "왜 또 그러는 거야" 하고 언성을 높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새벽, 고양이는 도망치지도 않고 초점 없는 눈으로 저를 멍하니 쳐다봤어요. 그 모습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프다, 무섭다 말은 못 해도, 흐려진 시야 속에서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울었을까 싶었거든요.

그 뒤로는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단 나가서 눈부터 맞추게 됐습니다.


원인을 너무 빨리 단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고양이가 새벽에 우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배고픔일 수도 있고, 화장실 문제일 수도 있고, 관절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거일 수도 있어요. 나이 든 고양이는 인지 기능 변화나 고독감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저도 처음엔 버릇 문제라고 단정했지만, 지켜보다 보니 그 울음 안에 여러 신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지금도 새벽에 우는 날이 있어요. 다만 예전과 다른 건, 이제는 무시하거나 혼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그릇은 깨끗한지, 화장실은 괜찮은지, 오늘 유난히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지 하나씩 확인하게 됐어요.

말은 못 해도, 평소와 다른 작은 소리와 몸짓 안에 녀석의 상태가 담겨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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